[로스팅은 과학이다]
커피집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로스팅 머신은 보통 1,000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장비다.
콩 하나 볶는 데 뭐가 그리 사치스럽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로스팅은 사치가 아니라 과학이기 때문이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와 열정, 집념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로스팅이야말로 장인의 영역이다.
이것은 커피 아카데미나 창업자 과정에서 몇 주 속성으로 완전히 익힐 수 없는 커피의 본질,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로스팅이라는 과정을 통해 원두는 핸드드립으로 결코 어찌할 수 없는 본연의 맛을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로스팅 머신과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커피 맛의 첫 번째 조율사이다.
예를 들어 190℃와 190.5℃의 차이로 로스팅된 원두의 차이는 커피 맛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0.5℃ 차이로 로스팅된 원두는 미세하지만 분명한 색깔의 차이를 보이며 당연히 맛도 달라진다.
또 장인들은 '2~3초의 로스팅 시간 차이로 커피 맛이 달라진다.' 혹은 '3~4초의 차이로 커피 맛이 달라진다.'라는 표현의 차이로도 의견을 달리한다.
그들에 따르면 로스팅 과정에서 단 1초의 차이로 커피 맛을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이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은 '커피 볶는 집'이 비싼 로스팅 머신을 설치해놓고 로스팅이라는 미명하에 손님을 현혹한다면 손님들은 금세 눈치 챌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문진의 보헤미안에서 슬쩍 들여다본 로스팅실이 연금술사의 실험실로 보였던 것, 바오밥 나무의 마스터가 10년 가까이 로스팅 일지를 거르지 않고 습관처럼 기록해오는 것은 로스팅이 그만큼 섬세하고 가다로우며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리라.
그것은 단 1초의 차이를 가지고도 커피의 색깔이, 맛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 『핸드드립 커피 좋아하세요?』중에서